Q. 모임을 가면 딱히 말을 많이 하지 않아서 저는 있으나 마나 한 멤버이긴 해요. 근데 그렇다고 해서 막 텐션을 올리고 분위기를 이끄는 역할을 하는 것도 힘들어요. 사람들이 날 재밌어하고 중요한 존재로 생각해주면 좋겠지만, 내가 뭔가를 적극적으로 주도하는 건 망설여져요.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선뜻 하지 못해요
외향인을 부러워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내향인도 마음속에는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리드를 하고 싶은 욕구가 숨어 있어요. 아주 활달한 외향인처럼은 아니어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다른 사람과 함께 공유를 하고 싶다거나, 자신이 경험해 본 것을 친구나 연인에게 소개해 주면서 같은 경험을 하고 행복함을 느끼게 해주고 싶은 마음도 역시 리드하고 싶은 ‘숨겨진 마음’이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향인들은 자신도 소소하게 주도하고픈 마음을 좀처럼 잘 드러내지 못합니다. 그 이유는 자신의 강점을 방해하는 요소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내향인이 강점을 살리지 못한 이유
내향인의 강점을 생각하면 어떤 게 떠오르나요? 높은 독립성, 뛰어난 준비성, 예리한 관찰력, 강한 지구력, 타고난 배려심… 생각해 보면 참 많은 장점이 있죠.
내향인이지만 친한 친구들이나, 연인과의 관계에서 가끔은 자기가 원하는 대로 주도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을 편의상 ‘내 안의 작은 유재석’이라고 해볼게요. 내 안의 작은 유재석은 속으로 친구들이나 연인과의 관계에서 리드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그래서 내향인의 강점인 뛰어난 준비성으로 열심히 준비했어요. 준비성이 뛰어나다는 것은 우선 목표를 명확하게 세우는 거에요. 자신이 어떤 목표를 달성하고 싶은지, 어디까지 도달하고 싶은지에 대해서 정확하게 아는 것이죠. 그리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 점검하고, 혹시 실패할지도 모를 상황에 대해서 예측하여 대비하는 모습이에요. 내향인은 이런 준비성이 뛰어납니다. 현실을 직시하고 미래를 생각하고 대비하는 태도를 가지고 있거든요.
이런 강점대로 준비해서 리드하면 될 텐데 내향인 중에서는 자신의 강점을 방해하는 요소를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방해 요소는 바로 ‘부정적인 생각’, 즉 걱정이에요. 내향인들은 자신의 능력에 대해서 과소평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목표를 세울 때, 더욱더 철저하게 준비하고,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는 준비를 다 마친 것 같은데도 불구하고 준비하고 또 준비를 하죠. 철저한 준비성은 실수할 가능성을 줄이고 시간과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해요. 하지만 너무 많이 생각하고 고민하고 준비하는 모습을 컨트롤하지 않기 때문에 그냥 생각만 하고 친구나 연인에게 자신이 같이하고 싶은 것을 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또 내향인의 특성상 혼자서 계획하고 준비하는 경우가 많아서 막상 준비를 해놓고 상대가 거절하면 어떻게 할지 걱정하며 리드하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죠.
강점을 살리는 방법
이렇게 내향인의 강점인 준비성을 방해하는 요소를 해결하려면 외부 소통을 늘려야 합니다. 내향인이 직접 행동에 나서지 못하는 것, 리드하지 못하는 것, 제안하지 못하는 것은 불안하기 때문이에요. 앞에서도 말했지만, 내향인들은 자기 자신에 대해 과소평가해요. 어떤 분야에 대해 상당한 수준의 지식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정도는 누구나 다 아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자신의 지식이 대단하지 않다고 여기죠. 그래서 다른 사람의 칭찬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요. 이런 모습은 일종의 완벽주의라고 볼 수도 있고, 스스로에게 적용하는 기준이 너무 높고 엄격한 거라고도 볼 수 있어요. 그래서 내향인들의 이런 모습은 반대로 자신감이 부족해 보일 때가 종종 있죠. 하지만 내향인은 앞에서 말했듯이 뛰어난 준비성을 갖고 있어요. 그러니 같이 해보자고 말하는 소통을 위해 약간의 용기만 갖춘다면 강점을 방해하는 요소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따라와 주기를 바라기보다는 마음을 전달하자
연인과의 관계에서도 내향인들은 이것저것 많이 알아보고 준비해 봅니다. 그리고 아주 조심스럽게 말하죠. “혹시 이거 좋아해?” 먼저 물어본 뒤에 상대가 긍정적인 반응이면, 사실 같이 하고 싶어서 알아보고 준비했다고 말해요. 그제서야 “괜찮으면 같이 갈래?”라고 묻습니다. 이런 모습은 친구와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에요. 그런 분들께 용기를 더욱 키울 수 있는 말하기 화법을 추천합니다.
자기가 준비한 것을 상대에게 물으면서 좋아하는지 묻지 말고,
당신이 준비한 것을 모두 다 말하는 거에요.
그리고 왜 같이하고 싶은지 마음을 전달하세요.
거절 받을까 봐 두려운 것은 알아요. 하지만 우리가 어떤 제안에 대해서 거절을 받는 대부분의 이유는 상대가 납득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무작정 ‘나를 따라와’라는 식으로 말하기 때문이거든요. 내향인인 당신은 그것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상대와 함께 소소한 행복을 즐길 생각, 그렇게 하면 더 행복해질 거라는 생각, 같이 공유하고 싶은 순간, 감정들이 있었을 거에요. 그게 영화를 같이 보는 것이든, 무언가를 먹는 것이든, 관계를 위해서 약간의 다른 성격을 맞추어가는 것이든 간에 말이에요. 당신이 준비한 것의 장점과 단점 모두 설명하고, 하고 싶은 이유를 설명할 수만 있다면 당신의 친구나 연인은 기꺼이 당신과 함께해줄 거에요.
이렇게 말해보면서 친구나 연인과 소통을 하면서 공감해보는 연습이 되고, 당신이 원하는 것을 상대가 기꺼이 따라주는 경험이 반복되면 내향인의 장점을 살리면서, 행동력이 결여가 되고 막상 다 준비를 해놓고서는 소극적인 자세로 아무 말도 못하는 모습을 극복하여 내 안의 작은 유재석을 키워나갈 수 있게 될 거에요.